도서/무뎌진다는 것-투에고

이해라는 말이 이해가 안돼

해피리셋 2024. 12. 8. 22:17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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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해라는 말이 이해가 안 돼

 

 상대방을 위로하기 이해 이해한다는 말을 습관처럼 건넸다.

 

그러다 가까운 이가 화를 내며 말했다. 겪어보지도 않고 매번 틀린 말이 아니었다

 

당사지가 아닌 이상 그 심정을 알기는 힘드니까.

 

 

 

이해와 공감.

 

참 쉬워 보이면서도 어려운 단어다.

 

자칫 상대방의 해석에 따라 충분히 의미가 달라질 수 있다.

 

그날 이후로는 이해한다는 말을 아끼게 되었다.

 

 

무뎌진다는 것 -투에고 지음

 

 

귀가 열려 있었던 게 아마도 세 자매 중 둘째여서일까

나의 의견도 주장도 없이 위에서 아래서의

관심들에 자연스레 흡수되어 

나의 자아가 어렸을 때 만들어져가고 있었다는 걸

 

조금씩 조금씩 나의 의견이 확고해지기 시작했지만 

입 밖으로 내뱉을 수 없었던 그 어릴 적 현실도 둘째여서일까

독립적일 수밖에 없던 시절이라고 말하기에도 애매했다

 

내가 생각하고 판단하여

나만의 뇌리에 깊숙이 숨겨놓았다가

나 혼자 나를 만들어가고 있었다는 게 지금의 나인가

나의 언니라서 이해하고 나의 동생이라서 이해하고

 

첫째여서 떠안은 책임감에 안쓰러움을 느낀 부모마음도

막내여서 내리사랑이어서 그저 이쁘고 어리니

사랑으로만 볼 수밖에 없었던 부모의 마음도

모두 다 이해가 되고 이해할 수 있었고

여전히 이해하고 살아왔다

 

그런 시간이 흐른 지금 반세기가 지났는데도

여전한 지금,  지금 이 시간 이 순간도 여전한

그 현실은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까

 

다들 너무도 잘 지내는데 나는,

여전히 그때 그 어릴 적 그 모습에서

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 이 느낌은 무엇일까

 

당사자가 되어보지 않고서는 느낄 수 없는

이 상황들 여전히 장녀여서 막내여서 받는 그런 특혜들 속에서

 

홀로 독립적인 마음을 갖고 무거운 짐들을

지켜보며 해결해 나가는 나의 현실은

 

어느 누구에게도 말할 수도 말해도 알 수 없는 나의 존재

 

조금씩 비추는 동생의 한마디

 

"이제는 언니도 좀 마음 편하게 살았으면 좋겠어"

"조금만 내려놓았으면 좋겠어"

 

웃기게도 고마웠다 알아줘서......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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