이해라는 말이 이해가 안돼
이해라는 말이 이해가 안 돼
상대방을 위로하기 이해 이해한다는 말을 습관처럼 건넸다.
그러다 가까운 이가 화를 내며 말했다. 겪어보지도 않고 매번 틀린 말이 아니었다
당사지가 아닌 이상 그 심정을 알기는 힘드니까.
이해와 공감.
참 쉬워 보이면서도 어려운 단어다.
자칫 상대방의 해석에 따라 충분히 의미가 달라질 수 있다.
그날 이후로는 이해한다는 말을 아끼게 되었다.
무뎌진다는 것 -투에고 지음
귀가 열려 있었던 게 아마도 세 자매 중 둘째여서일까
나의 의견도 주장도 없이 위에서 아래서의
관심들에 자연스레 흡수되어
나의 자아가 어렸을 때 만들어져가고 있었다는 걸
조금씩 조금씩 나의 의견이 확고해지기 시작했지만
입 밖으로 내뱉을 수 없었던 그 어릴 적 현실도 둘째여서일까
독립적일 수밖에 없던 시절이라고 말하기에도 애매했다
내가 생각하고 판단하여
나만의 뇌리에 깊숙이 숨겨놓았다가
나 혼자 나를 만들어가고 있었다는 게 지금의 나인가
나의 언니라서 이해하고 나의 동생이라서 이해하고
첫째여서 떠안은 책임감에 안쓰러움을 느낀 부모마음도
막내여서 내리사랑이어서 그저 이쁘고 어리니
사랑으로만 볼 수밖에 없었던 부모의 마음도
모두 다 이해가 되고 이해할 수 있었고
여전히 이해하고 살아왔다
그런 시간이 흐른 지금 반세기가 지났는데도
여전한 지금, 지금 이 시간 이 순간도 여전한
그 현실은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까
다들 너무도 잘 지내는데 나는,
여전히 그때 그 어릴 적 그 모습에서
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이 느낌은 무엇일까
당사자가 되어보지 않고서는 느낄 수 없는
이 상황들 여전히 장녀여서 막내여서 받는 그런 특혜들 속에서
홀로 독립적인 마음을 갖고 무거운 짐들을
지켜보며 해결해 나가는 나의 현실은
어느 누구에게도 말할 수도 말해도 알 수 없는 나의 존재
조금씩 비추는 동생의 한마디
"이제는 언니도 좀 마음 편하게 살았으면 좋겠어"
"조금만 내려놓았으면 좋겠어"
웃기게도 고마웠다 알아줘서.......